
연금저축펀드 계좌까지 만들고 나면 이제 노후 준비를 시작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그런데 막상 계좌에 돈을 넣고 나면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그래서 이제 뭘 사야 하지?”
ETF를 검색해 보면 종류가 너무 많습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는 상품도 여러 개고, S&P500이나 나스닥100처럼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비슷해 보이는 ETF가 여러 운용사에서 나오다 보니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하는지 더 헷갈릴 수 있습니다.특히 연금저축은 몇 달 투자하고 끝내는 계좌가 아니라 오랜 기간 운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계좌입니다. 그래서 최근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를 찾는 것보다 오랫동안 꾸준히 가지고 갈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기준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연금저축펀드를 처음 시작한 분들이 ETF를 선택할 때 무엇을 확인하면 되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연금저축펀드 만들었는데 뭘 사지? 초보자가 알아야 할 ETF 선택법
연금저축펀드에서 ETF 투자,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증권사에서 만든 연금저축펀드 계좌에서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를 활용해 투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ETF를 직접 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 상장되어 있으면서 미국이나 해외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연금저축 계좌라고 해서 모든 ETF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연금 계좌에서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 등의 투자가 제한됩니다. 금융회사별로 실제 매매 가능한 상품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ETF 이름부터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이 ETF가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 상품인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ETF 이름보다 ‘추종지수’를 먼저 확인하기
ETF를 처음 고를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운용사나 ETF 이름만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ETF에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추종지수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대표 기업에 폭넓게 투자하는 지수를 따라가는 ETF가 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지수를 따라가는 ETF가 있습니다. 전 세계 여러 국가의 기업을 한 번에 담는 ETF도 있고 국내 대표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습니다.
같은 미국 주식 ETF라고 하더라도 어떤 지수를 추종하느냐에 따라 실제 투자되는 기업과 업종 비중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처럼 오랫동안 투자할 계좌라면 처음부터 너무 좁은 산업이나 특정 테마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기업에 자연스럽게 분산되는 대표지수형 ETF부터 살펴보는 방법이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쉽습니다.
최근 수익률만 보고 선택하지 않기
ETF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가 수익률입니다.
1년 수익률 30%, 50%처럼 높은 숫자가 보이면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이 높았다는 것은 앞으로도 같은 수익률이 이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특정 산업이나 유행하는 테마에 집중된 ETF는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빠르게 상승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시장 흐름이 바뀌면 변동폭도 커질 수 있습니다.
연금계좌에서 중요한 것은 단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상품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이상 투자할 수 있는 구조인지 생각하는 것입니다. ETF를 볼 때는 최근 1년 수익률 하나만 보지 말고 투자하는 국가와 기업, 업종이 충분히 분산되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가 ETF를 고를 때 확인할 5가지
1. 어떤 지수를 따라가는지
가장 먼저 ETF의 기초지수를 확인합니다.
미국 대표지수인지, 전 세계 주식지수인지, 국내 주식지수인지, 특정 산업이나 테마를 추종하는지 확인해 보면 됩니다.
처음 연금투자를 시작한다면 상품 이름보다 내 돈이 실제로 어디에 투자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편이 좋습니다.
2. 총보수와 비용
비슷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여러 개라면 비용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TF에는 운용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는 아주 작은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연금저축은 장기간 투자하는 계좌이기 때문에 비용 차이가 계속 누적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보수가 가장 낮은 상품만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끼리 비교하면서 비용, 규모, 거래량 등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도 ETF를 비교할 때 자산규모, 거래대금, 추적오차, 괴리율, 총보수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3. ETF 규모와 거래량
ETF를 고르다 보면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비슷한 상품이 여러 개 나옵니다.
이때 함께 살펴볼 것이 순자산 규모와 거래량입니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기 때문에 실제 거래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지는지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ETF별 자산규모와 거래량, 거래대금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보자라면 단순히 운용사 이름만 보고 고르기보다는 비슷한 상품 몇 개를 놓고 이런 수치를 비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4. 추적오차와 괴리율
ETF를 알아보다 보면 ‘추적오차’와 ‘괴리율’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만나게 됩니다.
쉽게 생각하면 ETF가 목표로 하는 지수를 얼마나 잘 따라가고 있는지, 그리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ETF 가격이 실제 가치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확인하는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처음부터 계산 방법까지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비슷한 ETF를 비교할 때 수익률과 보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추적오차와 괴리율도 확인한다는 정도는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도 ETF별 추적오차율과 괴리율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5. 내가 꾸준히 살 수 있는 상품인지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계속 살 수 있을까?”
연금저축은 짧게 사고파는 계좌보다 장기간 적립식으로 운용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ETF라고 해도 가격이 조금만 떨어졌을 때 불안해서 팔아버릴 것 같다면 나에게 맞는 투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ETF를 찾아내는 것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변동성 안에서 꾸준히 투자하는 것입니다.
연금저축 초보자가 먼저 알아볼 만한 ETF 유형
ETF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편합니다.
미국 대표지수형 ETF
미국의 여러 대형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특정 기업 하나를 직접 선택하는 것보다 여러 기업에 나누어 투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장기투자를 공부할 때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유형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주식형 ETF
특정 국가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여러 국가의 주식을 함께 담는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 등으로 투자대상이 분산되는 상품도 있기 때문에 투자 지역을 넓히고 싶은 경우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지수형 ETF
국내 대표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는 ETF도 있습니다.
본인의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을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인지 생각한 뒤 활용할 수 있습니다.
채권형 ETF
주식의 가격 변동이 부담스럽다면 채권형 ETF도 함께 공부해 볼 만합니다.
주식형 ETF와 채권형 ETF는 움직이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자산을 나누어 보유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권형 ETF 역시 가격이 항상 오르는 상품은 아니므로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 등 기본적인 구조는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여러 ETF를 살 필요는 없다
연금저축펀드를 처음 시작하면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여 ETF를 여러 개 담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ETF 개수가 많다고 반드시 분산투자가 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름이 다른 ETF 세 개를 샀는데 세 상품 모두 비슷한 미국 대형 기술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실제로는 같은 기업에 계속 중복 투자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ETF를 추가하기 전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ETF와 무엇이 다른가?”
를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면 굳이 새로운 ETF를 추가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연금저축 ETF 선택 전 이것만은 체크하자
ETF를 선택하기 전에 아래 항목을 한번 확인해 보세요.
ㅇ 어떤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가?
ㅇ 어느 국가와 기업에 투자하는가?
ㅇ 특정 업종에 너무 집중되어 있지는 않은가?
ㅇ 총보수와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ㅇ 비슷한 ETF와 비교했을 때 규모는 어떤가?
ㅇ 거래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ㅇ 추적오차와 괴리율은 어떤가?
ㅇ 기존에 보유한 ETF와 종목이 너무 많이 겹치지는 않는가?
ㅇ 시장이 하락해도 계속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가?
처음에는 체크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이지만 몇 번 비교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연금저축에서는 ‘무엇을 살까’보다 ‘어떻게 오래 투자할까’가 중요하다
연금저축펀드를 만들고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이 어떤 ETF를 사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연금투자는 한 번의 선택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투자가 아닙니다.
좋은 ETF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고, 시장이 흔들릴 때도 계획을 유지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투자 비중을 점검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만들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먼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대표지수형 ETF부터 공부하고, 투자 경험이 쌓인 뒤 채권이나 다른 자산을 추가해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연금저축은 앞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갈 계좌입니다.
‘요즘 어떤 ETF가 제일 많이 올랐지?’보다 ‘나는 이 상품을 10년 뒤에도 꾸준히 들고 갈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
그게 연금저축 ETF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 본 글은 연금저축 및 ETF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글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내용은 아닙니다. 투자 전에는 각 상품의 투자설명서와 위험요소를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